Les miserables volume 4. -pg.569

내부의 붕괴가 있다. 절망적인 확실성이 인간 속에 침투하면 때로는 그 인간 자체인 심오한 요소들이 찢어지고 깨지지 않고서는 못 배긴다. 고통이 그 정도에 이르면, 그것은 양심의 모든 힘의 패주가 된다. 이것이야말로 치명적인 위기다. 이러한 위기에서 변하지 않고, 그리고 의무 속에서 흔들리지 않고 나오는 사람은 별로 없다. 고통의 한도가 넘칠 때에는 아무리 냉정한 덕성이라도 당황한다. 장 발장은 다시 압지를 집어 들고, 또다시 확신했다. 그는 몸을 구부리고 돌처럼 굳어져서 그 부인할 수 없는 몇 줄을 응시하고 있었는데,그 영혼의 내부가 송두리째 허물어지는가 싶을 지경으로 그의 마음속에 먹구름이 일었다.

그는 이 뜻밖의 새 사실을 , 부풀어가는 몽상 속에서, 표면상 침착하게, 그리고 무서운 침착성을 가지고 검토했다. 무서운 침착성이라고 했는데, 인간의 침착성이 조상의 싸늘함에 이르는 때에는 무서운 것이니까.

그는 그런 줄도 모르고 자기의 운명이 걸어온 무시무시한 발자취를 헤아려 보았다. 그는 그렇게도 어리석게 지워버렸던 지난해 여름의 걱정이 생각났다. 그는 그 심연을 확인했다. 그것은 여전히 똑같았다. 다만 장 발장은 더이상 그 가장자리에 있지 않고 그 밑바닥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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